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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충현원 등 록 일 2010년 06월 21일 14:05
제     목 "죄스럽게 생각 마시고, 꼭 만나 주세요" 오마이뉴스 생활/문화 2007.09.17

"죄스럽게 생각 마시고, 꼭 만나 주세요" 오마이뉴스 생활/문화 2007.09.17

  
광주 충현원에서 천씨 남매.

"엄마, 부끄러워하거나 죄스럽게 생각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만나 주세요."

30여년 전에 전남 화순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입양된 남매가 그리운 어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어 주위를 숙연케 한다.

주인공은 천운선(71년 1월 17일생), 천광우(73년 10월 23일생)씨 남매. 남매는 1975년 2월 25일 화순에서 할머니랑 헤어진 게 가족과의 마지막이었다.

당시 5살이었던 누나 천운선씨는 할머니 손을 잡은 채 산을 넘고 걸었던, 헤어질 당시를 기억하고 있었다.

운선씨의 호주머니에는 헤어질 당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아이 없는 사람이 잘 키웠으면 한다'"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있었다.


천씨 남매는 광주 남구 양림동에 있는 사회복지 법인 충현원(忠峴院)에 맡겨졌다가 다시 서울에 있는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5개월 후인 1975년 7월 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입양됐다.

 

천씨 남매를 입양한 양아버지는 암스테르담에서 농화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교수부부는 당시 남매를 두고 있었으나 베트남전에서 부모를 잃은 불쌍한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입양신청을 한 상태였다.

 
당시 3살 천광우씨.
  
당시 5살 천운선씨.


마침 한국에서 온 입양아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부부는 딸만 입양하려고 했으나 따로 떨어질 수 없는 딱한 처지의 천씨 남매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항상 고국을 그리워하던 천씨가 엄마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생후 11개월 된 아들 영표를 보면서.
 

영표를 낳고 보니 할머니에게 보이고 싶은 데다 키우면서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다.

"엄마를 꼭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이 이름도 한국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현재 11개월 된 영표에게 외갓집이 대한민국 화순이라는 것과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15일 화순경찰서를 방문한 천씨 남매.

  
화순경찰서 박근조 경사(왼쪽)와 유혜량 목사(오른쪽)

 

천씨 남매가 엄마를 찾기 위해 화순 땅을 밟은 데는 충현원(호남사회봉사회) 유혜량(목사, 여) 상임이사의 도움이 컸다.


충현원은 1949년 선교사 로버트 윌슨이 사택에서 4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던 것이 계기가 돼 전쟁고아들을 돌보게 됐다. 현재 가장 오래된 보육시설로 해외 입양아의 뿌리 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혜량 목사는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한 남매를 위해 각종 언론 인터뷰 때 통역은 물론 화순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14일에는 천씨가 많이 산다는 청풍면 어리를 방문, 주민들을 상대로 수소문을 했지만 남매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 목사는 화순군청에 도움을 요청했고 15일에는 화순경찰서를 방문, 남매의 사연을 전했다.

남매의 딱한 사연을 접한 화순경찰서 박근조 경사는 민원 접수에 그치지 않고 언론에 제보하는 등 남매가 엄마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천씨 남매는 이 땅에 존재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들 남매는 어머니가 부끄러워하거나 죄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 저희는 원망도, 분노도 없습니다. 저희 남매는 훌륭하게 자랐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겁니다."

 

천운선 천광우씨 남매의 사연은 18일(화) 오전 10시 55분 KBS 1TV  <그 사람이 보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다.

 

  
11개월된 천운선씨 아들 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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